고립 은둔 정책,범부처 포괄 통합법을 제정해야..4060 중장년층 절반 "고독사 생각해봤다"
- 4060 중장년 고독사 74.8% … 중장년 대상 사업 비중 15.6%에 불과
- 분산된 부처의 고립 은둔 연령별 지원사업 … 중장년층 지원에 공백 발생
- 퇴직과 실직 압박에 시달리는 4060 중장년 남성들, 고독 실태 조사와 위기 대응 시스템 필요
- 입법조사처, “칸막이된 부처의 고립 은둔 연령별 지원사업 →공동 운영 방식으로 바꿔야”
국회입법조사처, 분절적 정책 지적... '범부처 통합 관리' 필요성 강조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가정에서도 인정받을 줄 알았던 대한민국 중장년들이 고독사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국회 싱크탱크인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장년층의 심각한 고독사 문제를 지적하며, '칸막이 행정'이 정책의 효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독사 연령대 중 74.8%가 40~60대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5060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53.9%를 차지하는 등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입법조사처는 사회적 고립과 고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통합적 근거법을 통한 생애주기별 연계 강화, 둘째, 부처와 지자체, 민관 협력 체계 강화, 셋째, 정책 운용과 평가 체계 개선이 그것이다.
중장년 맞춤형 지원을 위한 통합적 근거법 마련
중장년기는 퇴직, 가족 구조 변화, 건강 악화 등 복합적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전환기'다. 입법조사처는 이 시기의 고립과 은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통합적으로 대응할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적 위기,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이 얽혀 악순환을 이루는 중장년층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원을 넘어 종합적이고 상호 연계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고립·은둔 지원 관련 법률들은 '위기아동 청년지원법',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 '고독사예방법' 등 연령대별로 분절되어 있다. 이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담당 기관이나 상담 인력이 바뀌는 경우, 서비스의 연속성이 단절되고 심리적 불안정이 가중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분절된 법률과 제도를 통합적으로 재설계하여 전 생애를 아우르는 통합 법안을 제정해야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산된 정책의 공동 운영 및 민관 협력 강화
현재 고립·은둔 정책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주요 부처들은 각 소관 업무에 따라 별도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비스 중복이나 지원 격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고용노동부의 취업 지원 사업은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어 실직과 퇴직의 압박을 받는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 인력 1인당 담당 인원수에서도 부처 간 차이가 커 서비스 질의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립·은둔 및 고독 지원 공동운영지침(가칭)' 제정을 제안했다. 이는 부처별 예산 집행은 유지하되, 사업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정보 공유 및 역할 조정을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또한, 고립·은둔 위험이 있는 경우 부처 간 상호 통보와 공동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 성과에 대한 공동평가회를 개최해 통합적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간 고독사 예방사업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정책 및 운영 체계 표준화, 지역 맞춤형 모델 확산, 현장 실행력 강화를 위한 인적 자원 체계화가 주요 내용이다. 조기 발굴의 중요성을 고려해 사회복지사, 마을활동가, 통장 등 지역 내 실무 인력을 중심으로 한 민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인센티브 제공 체계 마련도 강조됐다.
우리보다 앞서 외로움 문제를 겪은 일본과 영국은 범부처 협력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고립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2024년 '고립·은둔 대책 추진법'을 시행해 부처 간 협력과 민간단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영국은 2018년 외로움 대응 전략을 수립하여 정부 전 부처 정책에 외로움 문제를 포함시키고 있다.
국가·지자체 공동 실태조사 및 예산 차등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이고 일관된 데이터 수집이 필수적이다. 현재 통계청이 2025년 사회조사를 통해 고립·은둔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지만, 입법조사처는 여기에 더해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고립·은둔 및 고독 실태조사를 위한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실태조사는 중복으로 인한 행정 비용 낭비를 초래하며, 지자체별 선제적 개입의 편차를 낳아 고독사 예방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고독사 사망자 비중은 경기도(21.8%)와 서울시(17.9%) 등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2024~2025년 고독사 예방 국고보조금의 지역별 분포는 경기도(14.1%)와 서울시(16.1%)의 비중이 사망자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를 높이기 위해 예산 차등 지원을 제안했다. 고립·은둔 정책 운영 실적, 조기 발굴 사례 수, 개입 성공률 등을 성과 지표로 삼아 국고보조금을 배분하고, 고독사 발생 위험이 큰 지역에는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 참여를 유도하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별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공유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외로움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와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공의 과제"라며 "칸막이 행정을 벗어나 범부처 통합 운영을 위한 표준화된 연계 시스템과 운영 체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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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