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분석, "중대재해법, 처벌 지연과 낮은 형량으로 실효성 떨어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입법의 영향 국내 첫 분석
- 중대재해처벌법사건전수조사 결과, 사망사고(중처법 위반) 73%(917건)가 “수사 중”, 평균 벌금은 7천만 원대
-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 질적 관리등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가선결 과제
- 입법조사처, 검찰․경찰․고용노동부 협업의 “중대재해 합동수사단(안) 설치” 제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산재 줄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전체 사건(1,25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73%에 해당하는 917건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상당수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어, 입법 3년 차가 되도록 실효성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사건 처리 속도와 처벌 수준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가운데 6개월을 초과하여 처리된 비율은 50~56.8%에 달하며, 무죄 비율(10.7%)은 일반 형사사건 무죄 비율(3.1%)의 3배에 이른다. 또한, 일반 형사사건 집행유예율(36.5%)과 비교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집행유예율은 85.7%로 2.3배나 높았다. 47건의 징역형 유죄 형량 평균은 1년 1개월에 불과하며, 이 중 42건이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벌금이 부과된 50개 법인의 평균 액수는 1억 1,140만원으로, 20억의 이례적인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 원 수준이다.

입법 목적 달성 여부 분석 결과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입법 영향 분석을 통해 입법 목적인 ‘중대산업재해 예방’ 효과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주요 내용은 ①산업재해 감소 여부 ②책임자 처벌 문제 ③작업 환경 변화 여부 ④안전보건 인식 수준 변화 등 네 가지다.

법 시행 3년 차인 현재까지 산업재해 전반, 그리고 사업장 규모별(50인 이상, 5인 이상~49인 미만, 4인 이하)로 재해자 수는 여전히 늘고 있으며, 사망자 수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5인 이상 49인 이하의 사업장에서 사망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입법조사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해율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사업장 규모군인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재해자 수가 증가하고 사망자 수, 재해율, 사망률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책임자 처벌 지연과 낮은 형량

그동안 ‘처벌 지연’으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었던 ②‘책임자 처벌’에서는 ‘수사 지연’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사건 처리 기간 장기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6개월을 초과해 처리된 비율이 고용노동부와 검찰 각각 50%, 56.8%로 절반을 차지했다.

높은 무죄율과 집행유예율도 문제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 비율(3.1%)보다 3배 높았고, 집행유예율은 85.7%로 일반 형사사건(36.5%)의 2.3배에 달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징역형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 평균 ‘1년 1개월’로 분석되어, 법에서 정하고 있는 하한선(1년 이상)에 근접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벌금이 부과된 50개 법인 중에서 극히 예외적인 사례인 20억 원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되었다.

작업 환경 변화 미미, 인식 수준 변화는 긍정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새로운 작업 방식이 도입되거나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 현장에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정보 제공도 없었으며, 소음, 진동, 화학제품 등 물리적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법 시행 효과가 나타난 분야는 경영자들의 안전보건 인식 변화와 안전보건 관리체계 개선 등이었다.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례분석 및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배후 요인인 노동 강도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노동조합이 안전보건 관리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들은 정량적으로 산재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아직은 효과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향성에 대해서는 근로자, 사용자, 정부 측 의견이 상이했다. 근로자 측은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시행을, 사용자 측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규정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정부는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보다는 기업의 근로 환경에 대한 안전 투자 촉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선 방안 및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네 가지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첫째, 현행 법 규정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행령 및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양형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집중된 수사를 검찰 및 경찰과 협업 체계로 할 필요가 있다며, '중대재해 합동수사단'(가칭)의 설치를 제안했다. 또한 현행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의 질적 역량 확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셋째, 형사처벌 중심의 접근 외에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제, 경제적 불이익, 제도적 인프라 지원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 방안으로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등이 제시되었다.

넷째,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양형기준이 필요하다. 현행 평균 벌금액 7,280만 원은 법정형과 현실 사이에 뚜렷한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을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요구한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 7천만 원대라는 현실은 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다"며, "현재까지 누적된 ‘수사 중’ 사건들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가칭) 설치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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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현 기자 다른기사보기